소리의 역사는 언제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었다. 20세기 초 미래주의자들은 기계 문명의 굉음을 예술의 매체로 끌어들였고, 존 케이지(John Cage)는 침묵 속에서 오히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발견했다. 머레이 셰이퍼(R. Murray Schafer)는 한 발 더 나아가 도시의 소음부터 자연의 바람 소리까지,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음을 ‘사운드스케이프’라는 하나의 거대한 음악으로 정립하기까지 했다. 이 흐름은 하나의 질문을 계속 밀어붙여 왔다. 과연 무엇이 들을 만한 소리인가. 오늘날 그 질문은 인간의 귀 너머로 향한다. 동물이 감지하는 주파수, 도심 속에서 조용히 지워져온 존재들의 흔적―이제 소리를 듣는 일은 인간 중심의 감각 바깥을 향한 생태적 실천이 되고 있다. 심이다은(b.1995)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닫힌 귀에 균열을 낸다.